"왜 연애를 안 해?", "남자친구 없어?", "좋아하는 사람 없어?", "젊은데 뭐 해, 연애나 자주 해!" 등의 말을 당신은 들어본 적 있는 가. 그렇다면 되묻곤 한다. "연애는 아무랑 하냐?"
연애를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는 게 아니다.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것 일수도 있고,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안 하는 사람들도 있고,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되지 않아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.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. 녹색광선에서 주인공인 델핀은 외로움을 한 바가지로 느끼는 여자이고, 나름의 시도는 하지만 썩 내키진 않는다. 소심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상대를 만나고 싶은 것이다. 즉 아무나 만나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.
델핀이 쉽게 만난 상대에게 마음을 쉽게 내주지 않아서 나는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들었다. 보통 외로운 주인공은 누구라도 만나려는 의지가 강하고 모든 것을 한순간에 한꺼번에 내어주는 반면, 델핀은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, 자신이 내키지 않으면 자리를 떠나버린다. 그리고 온갖 외로움을 다 느껴버린다. 그리고 외로움에서 도망치려던 한 기차역에서 잠깐의 순간이지만 직감적으로 잘 맞을 것 같은 상대를 만난다. 그리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역으로 함께 떠나 노을이 지는 찰나의 순간 그 녹색광선을 함께 바라보며 영화는 끝이 난다.
델핀의 순수하지만 강단있는 연애관이 나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. 사실 마지막에 만난 남자의 입장에서는 녹색광선을 보러 가겠다며 서두르는 여자를 이해 못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, 그는 끝까지 옆에 있어주며 함께 순간에 있다. 사랑이란 이런 것인 것 같다.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 진심을 다 하는 것. 순간에 함께 하는 것. 너무 당연한 소릴 했나?
이 영화를 연출 한 에릭 로메르는 사계절 이야기 (봄 이야기, 여름 이야기, 가을 이야기, 겨울 이야기)로 잘 알려져 있으며, 일상 속에서의 세밀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연출로 유명하다. 녹색광선을 보고 델핀에게 감정이입을 쉽게 할 수 있었는데, 사계절 이야기도 얼른 보고 싶어 졌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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